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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협동조합]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에서 배출한 '노인 성 인권 교육 전문가'

관리자|2016-10-04 11:21:42|조회수 2,849|댓글 : 0

건강한 성, 당당하고 행복한 노년을 설계합니다

베이비부머 강사들이 만든 어울림 성 인권 아카데미

▲ 노인의 성생활 실태 설문조사 결과 (출처 : 어울림 성 인권 아카데미 협동조합)


노인은 변두리에 있다. 노인회관, 경로원, 실버타운에서 달동네 쪽방에 이르기까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정보화사회로 발전함에 따라 노동 가치가 떨어진 그들은 물리적 공간에서 테두리로 점차 떠밀려났다.

심지어 그들은 인권, 평등, 사랑 같은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에서도 한발짝 떨어져 존재한다. 일찍이 여성학자 정희진은 "매력, 열정, 가능성, 순수, 치열함은 젊은이만의 표상으로 간주된다. 때문에 나이 든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일 때는 '철이 없거나 주책'이 된다. 사회의 주체, 즉 노동과 성과 사랑, 욕망의 주체는 젊은 사람으로 한정된다. 표준적 인간 범주에서 제외된 노인은 복지의 대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재산과 자존감, 주체성을 상실한 노인은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 OECD 노인자살율 1위라는 객관적 수치를 확인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저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어울림 성인권 아카데미협동조합은 생애주기에 따른 성 인권, 평등 교육을 통해 노인의 자존과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이화윤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 인권 아카데미 협동조합의 이화윤 이사장.


인생 제2막에서 만난 협동조합

어울림 성 인권 아카데미 협동조합(이하 어울림)은 노인을 위한 ‘성 인권’ 교육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노년의 삶이 길어지면서 노인들의 성문제, 이를테면 노인 부부의 성관계에서의 갈등, 독거노인의 외로움, 황혼이혼 등이 점점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성 인권 강사들이 모여 2016년 6월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어울림은 처음에는 노인 성 인권 강사들의 자조모임이었다. 구성원들은 2013년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한국노인복지관협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가 배줄 한 '노인 성 인권 교육전문가'들이다. 교육 수료 후에는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를 통해 노인복지관 및 경로당, 노인복지센터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식적이지 않은 자조모임 형태의 구성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강의에 필요한 더 나은 매뉴얼과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이에 문제의식에 기초해 모임의 발전적 방향에 대해 고민하던 중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의 <협동조합 설립 기초교육>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 어울림 성 인권 아카데미 협동조합은 노인을 위한 ‘성 인권’ 교육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현장에 나가면 어르신들한테 필요한 교육을 시간 안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스터디를 하면서 공동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죠. 서로 강의 모니터링도 해주고요. 그 과정에서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이 사업이 과연 협동조합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염려도 많았다. 강사 협동조합 중 운영이 어려운 곳이 더러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저기 협동조합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용기를 얻게 되었고, 협동조합 설립을 결심, 2016년 8월 설립을 마쳤다. 현재 어울림에서는 이 이사장을 포함해 7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와의 만남

협동조합 설립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협동조합 이름을 짓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명칭이라는 것이 대표성을 지니다보니 최종 결정까지 3개월이나 걸린 것. 명칭이 정하고 나니 이번엔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정관에 사업 범위를 명시할 때 조합원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었다. 처음 하는 사업이니 크게 벌리지 말자고 주장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기왕 하는 김에 꿈을 크게 꾸자고 주장하는 쪽도 있었다. 결국에는 실현가능성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어울림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의 <예비협동조합 밀착지원 과정>에 참여해 담당 코치로부터 설립절차 도움을 받았다. 중간 중간 상담도 받아가며 꼼꼼하게 준비한 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코치로부터 사업계획서 등 설립관련 서류를 잘 작성해왔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법무사에게 맡길 수도 있었지만 직접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알아야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노년 삶 돕는 성 인권 교육

어울림의 교육은 성 인권에 대한 이해, 성교육, 성 상담사 교육 등 세 가지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 인권은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내용이다. 


“어르신들은 오래전부터 학습되어 온 가부장적인 생각들이 단단하게 박혀있죠. 남성 어르신 중에는 파트너가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분도 많아요. 여자는 순종적이어야 하고 남자는 주도적이어야 한다는 개념,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이 교육의 목적이에요.”


 
▲ 어울림은 노인들이 자신의 신체를 이해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성 인권교육에는 성 생활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꼭 알아야 할 사항이 포함된다. 노년의 몸은 청년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도 높고, 기능이 퇴화하기도 한다. 어울림은 노인들이 자신의 신체를 이해하고 건강한 성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한다. 성 인권 성 상담사 교육은 상담사가 분들이 올바른 성 인권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육성과정이다. 노년에 대한 이해(의사소통방식, 심리, 생리)와 노인의 심리적 특성, 경청하는 능력 등을 알려준다. 


노인대상의 상담과 교육을 병행하다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생기기 마련이다. 여성 독거노인과 남성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각각 성교육을 하기도 하지만 같이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교육과 동시에 건전한 데이트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이 이사장은 말한다.


“꼭 재혼을 안 해도 편안하게 만남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황혼이혼에 대한 상담도 종종 해요. 배우자를 두고 다른 이성친구를 만나는 분도 있고, 남편 쪽은 성적욕구가 있는데 부인이 거절해서 고민인 분도 있고, 다양해요.”


어울림은 더 좋은 상담을 위해 이런 사례를 모아 내부에서 토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 어울림은 노인들이 자신의 신체를 이해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협동조합이란

어울림은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설립과 교육과정 개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교육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멘토링 등 외부 도움을 받아가며 체계적으로 홍보 전략을 세움은 물론, 강사 양성과정 확장 여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사무공간 마련,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자체 교육장 마련, 성 인권 강사 30명 배출 등 크고 작은 소망을 얘기하는 이 이사장 얼굴에는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엿보였다. 


 ▲ 은퇴 후 기로에 서있는 베이비부머 세대. 뜻이 맞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각자의 경력을 나누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노인의 성 인권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낯선 개념이다. 어울림을 자신들만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를 향해 은퇴 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깊이 고민하길 권한다.


“은퇴 후 기로에 서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많아요. 은퇴하고 나서 고민을 시작하니 더 막막한 거죠. 늦기 전에 지금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찾아보면 좋겠어요.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뜻이 맞는 분들과 커뮤니티를 만드세요. 혼자하기 보다 경력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분들끼리 모여서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거에요.”


날로 늘어가는 노인과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 어울림이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